버스정류장 시설 개선 지자체에 떠넘겨
전체 절반 이상 이용편의시설 기준미달
서울시내 한 버스정류장.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정부 교통약자 정책이 연일 된서리를 맞고 있다. 수 년째 버스 정류장 등 시설 개선에 미적대면서다. 지자체 책임으로 떠넘겨 지역간 격차만 더 벌어졌다. 되레 기반시설 없이 저상버스 늘리는데만 열을 올린다. 성과주의에 취해 교통약자 정책 효율을 뭉갠다는 지적이다.
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을 위한 BF인증 사업의 내년 예산은 총 4억5천만원이다. 이 중 실제 시설 개선에 쓰이는 건 3억원 정도다. 나머지는 BF 인증 관련 일반 연구비로 편성했다. 전체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사업(2천245억6천만원)의 0.1% 수준이다.
그마저 버스정류장 시설 개선비는 한 푼도 없다. 모두 버스터미널 이동편의시설 개선에 쓰게 돼 있다. 해마다 여객자동차터미널 2곳에 2억4천만~3억원이 투입됐다. 이런 식으로 2015~2021년 전국 시·도 16곳이 BF인증을 받았다. 그러면서 버스정류장 시설 보완은 지자체 자율에 맡겼다. 결국, 지자체 재원으로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다.
지자체 관심과 의지에 따라 지역별 편차가 불가피한 구조다. 우선, 특별·광역시와 도 지역간 차이가 눈에 띈다. 버스정류장 기준적합 설치율에서 22.2% 차이가 났다. 지난해 특별·광역시는 57.1%, 도 지역은 34.9%였다. 전국으로 치면 45.4%다. 버스정류장 절반 이상은 이동편의시설 기준 미달인 셈이다.
당초 목표치에도 한 참 못 미친다. 앞서 정부는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계획(2017~2021년)에서 특별·광역시와 도 지역 목표를 각각 64%와 51%로 제시했다. 또, 전국 버스정류장 기준적합 설치는 57%로 잡았다.
다른 여객시설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각 시설의 전국 이동편의시설 기준적합 설치율을 보면, 도시철도역사 89.9% 공항터미널 86.8% 철도역사 82.5% 여객선터미널 82.2% 등이다.
반면, 저상버스 도입 예산은 2배 가까이 늘렸다. 올해 985억6천500만원에서 내년 1천895억1천900만원으로 92.3% 증가했다. 올해 2천269대에서 내년 4천299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에 897대(330억여원), 그 외 시·도에 3천402대(1천565억원)를 보조한다.
당장 현실을 외면한 실적 위주의 정책운영 문제가 제기된다. 무턱대고 저상버스만 늘리고 이용환경 개선은 뒷전이란 얘기다. 나라살림연구소 관계자는 “보급된 교통수단이 잘 운행되려면 뒷받침되는 정책과 지원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저상버스는 보급되지만 버스정류장을 이용할 수 없는 현실적 제약이 발생해 정책 운영효율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예산이 투입된 정책이 현실에서 작동하기 위한 정부 지원과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정부는 지자체 책임 강화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정부지원보다 지자체에 계속 책임을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생활교통복지과 관계자는 “버스정류장은 철도역사, 공항에 비해 이동편의시설 기준설치 적합률이 저조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버스정류장은 대부분 지방자체단체가 교통행정기관으로 지자체에서 개선 의무가 있는만큼, 교통행정기관의 책임을 강화하고 시설 개선 현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출처 : 소셜포커스(SocialFocus)(http://www.socialfocus.co.kr)